학부모들이 KPIC을 찾을 때, 가장 자주 듣는 푸념은 “왜 우리 애가 의욕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다. 하지만,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의욕이 없는 학생은 정말 드물다. 누구든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있으며, 의욕이 있다.
중/고등학교 공부가 이 관심사로 그리고 장래희망으로 어떻게 이어지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학생에게 공부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직장에서 목표 없이 회의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왜 회의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봅시다”라고 하는 것은 동료에 대한 기만이다.
누구나 의욕이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게으르고 의욕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나이, 성별, 상황을 막론하고 아무도 없고, 누구나 그런 인생을 위하여 의욕적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성공” 과 “행복” 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은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해 확고한 정의를 내리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또한, 사춘기와 성인초기는 각자만의 가치관과 성격을 만들어가는 시기이며,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니 의욕이 없을 수도 있다. (자기 결정 이론 Self-Determination Theory의 선구자인 에드워드 데시 박사와 리처드 라이언 박사 (University of Rochester) 에 따르면, 이 상태는 무동기 (amotivation)의 상태로, 동기 상실 (demotivation)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치관이 정립되었을 때, 본인이 어떻게 행복해지는지를 알아가고, 학업적/커리어 성공이 행복에 밀접한 관련을 가질 때 그 어떤 학생이던 성공을 위한 의욕이 생긴다. 내가 지난 10년간 같이 일해왔던 학생들 중 예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왜 “내” 아이만 의욕이 없는가
지난 10년간, 내가 만나온 학생들 중 의욕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학부모들이 학생 자신이 원하지 않는 미래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물론 학부모 입장에 섰을 때, 어떤 직종이, 어떤 미래가 인생을 살아보니 더 편하고 좋더라 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고, 나보단 내 아이가 더 나은 인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개인의 내재적 가치 측면에서, 부모의 미래 가치관을 공유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경험상 10-20%) 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험이 부족함에 따라 가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꿈을 가지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것은 배움과 경험의 단계적 차이이며, 비현실적을 현실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여기서 인생, 사회의 선배로서 부모가 해야 할 것은 경청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이다. 왜 비현실적인지, 그 비현실적인 미래에서 찾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도와줄 수 있을지 등,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질문은 무궁무진하다.
목표가 있는데 의욕이 없는 경우
간혹 목표의식이 뚜렷한 학생들 중, 의욕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의사는 되고 싶은데, 공부는 안 하는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크게 장애물, 미충족 요구, 부적합한 학업전략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들 중 가장 흔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장애물 1. 학교생활에 대한 부적응 (교우문제 등) 장애물 2. 생활패턴이 지속가능하지 않음 (번아웃, 수면부족 등)
미충족 요구 1.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자기반성 부족 (직종, 가치관, 성격 등) 미충족 요구 2. 부모, 친구, 멘토 등의 격려 부족
의욕 없는 내 아이를 이해하려면 모든 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교육전략은 없다. 수많은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며, 처음 다가갈 때, 그리고 정기적으로, 같이 고민하는 나만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어떤 개인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 학업적 성취는 어떻게 위 가치들과 이어지는가? • 지금 학교에서 더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 질문들을 토대로,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하고, 가치관에 맞으며 성격에 부합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말이 쉽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10년 넘게 학생들을 만나오면서, 그들의 꿈을 같이 이해하고 설계해 가는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지만 글로 정리하면 쉬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한번이듯이, 학생의 중고등학교 과정도 한번이다.
그 한번의 기회를 제대로 직시하고 붙잡을 수 있는지에 따라 진로가 바뀌고, 같은 길을 더 멀리 돌아오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었던 시간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지금부터 학생들이 꿈을 확고히 하고 목표를 정하여 의욕을 찾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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