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여 전세계 각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듯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3월 17일 현재 약 20만명을 감염시키고, 8천명 가까이의 사망자를 냈으며, 142개국에서 확진자가 발견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회 전반을 강타하면서 항공사, 여행사 등 관광업, 여행업 등이 처음으로 타격을 입었고, 곧 이 피해는 세계 경제로 퍼져나가며 2008년 이래로 가장 심각한 불황을 맞게 되었다. 2020년 3월 9일 ‘검은 월요일’, 미국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지수는 약 2,000 포인트 하락했고, 지수가 만들어진 이래로 최대인 낙폭을 기록 (News International) 하며 11년간의 호황의 끝, 그리고 불황의 시작을 알렸다.
진로컨설팅을 하는 내 입장에선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2008년 대침체 이후로 이어진 11년간의 호황은 많은 사람들의 진로선호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보수적이고 ‘안전한’ 직장을 가진 전문직 –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 – 을 뒤로 하고 많은 사람들은 고위험 고수익의 직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예를 들자면, 제 2 벤쳐붐이 불며 정부에서 12조원을 스타트업에 쏟아부었고 [1],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등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기관적인 투자 [2]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2010년 분기당 약 100억 달러이던 벤쳐캐피탈 투자금액은 2018년 3분기 약 740억 달러로 치솟으며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전성시대를 견인했다 (KPMG). 스타트업 붐과 맞물린 호황은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생산해 냈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아 21세기의 성공신화를 썼다. 그보다 몇십 배, 몇백 배는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었고 실패했는데, 이는 실패해도 취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경제 호황이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공교롭게 맞물려 돌아온 10년 주기의 불황은 유가와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쳤다.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이 0%대로 떨어지며 (모건스탠리)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해고 열풍이 불고 있다. Marriott, MGM 등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대량으로 직원들을 해고했고 (POLITICO, 2020년 3월 17일) 미국 곳곳에 실업급여 관련 정부 웹사이트들이 다운됐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국제적 경제위기 속에서,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에겐 찬란해 보였던 진로들의 어두운 이면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 직업들이 사라지고, 소비가 줄어들며, 파산, 개인회생이라는 단어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2008년의 기억들은 2020년에 되풀이될 확률이 높다. 이런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전문직이다. “안전한” 것이 더 이상 고리타분함의 대명사가 아니라 이런 위기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탄력성의 지표가 된다. 안정된, 고연봉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경제 침체에 대처가 빠르며, 오히려 투자의 골든룰인 ‘Buy low, sell high’ 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로 보기도 한다. 앞으로 몇 년간 학생들의 전문직 선호도가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이다.
물론, 전문직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전문직의 어두운 이면도 당연히 존재한다. 전문직을 택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과정, 전문직 훈련 등을 거치며 어린 나이부터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야 하고, 노력을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할 수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특히,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활약하고 있을 때 학업에 전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학생들과 정말 많은 진로들을 같이 고민해 왔다. 모든 진로에는 찬란함과 어두움이 있지만, 상담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너무나 쉽게 후자를 외면한다. 프리랜서가 재택근무에 탄력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편하게 일할 때가 많아도 요즘 같은 불황에는 가장 먼저 계약이 해지된다. 전문직은 준비기간이 길고 경쟁률이 높지만 이런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다.
사실 이 기사를 쓰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어떤 진로를 준비하던 그 진로에서 느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로를 고르는 것은 연인을 고르는 것과 많이 비슷하다. 내가 참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협상이 불가능한 조건들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현명한 진로선택을 할 수 있다. 가장 어두운 이면부터 알고 견딜 줄 알아야 그 찬란한 것을 견딜 자격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견디다” 전에 “안다” 이다. 학생들이 맞는 진로를 찾을 때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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